영제교 난간 아래에는, 돌짐승 네 마리가 엎드려 있어요. 천록이라고 부르는데, 궁으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는 수호상으로 알려져 있죠. 네 마리 모두 부리부리한 눈에 두꺼운 눈썹, 날카로운 뿔까지—딱 봐도 “여기서부터는 함부로 못 지나간다”는 얼굴입니다.
그런데 딱 한 마리만, 이상합니다.
다리 남쪽 난간에 몸을 내밀고 있는 녀석을 자세히 내려다보면요. 무섭게 으르렁거려야 할 입에서 혀를 쏙 내밀고 있어요. 괴물의 흉측한 혀가 아니라, 동네 강아지가 바람 맞을 때 내미는 것 같은, 동그랗고 앙증맞은 혀요. 순간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데서요?
이게 실수로 정을 잘못 쳐서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돌은 한 번 깎아내면 되돌릴 수가 없잖아요. 혀가 이빨 밖으로 튀어나온 모양을 만들려면, 커다란 화강암 덩어리를 마주한 처음부터 그 위치와 두께를 머릿속에 정확히 그려두고 시작해야 합니다. 며칠, 어쩌면 몇 주 동안 송곳니 주변을 파내면서도, 얇은 혀 부분이 깨지지 않게 끝까지 남겨야 하죠. 이건 치밀하게 계획된 일탈이에요.
때는 1867년쯤, 경복궁을 다시 짓던 시기입니다. 공사장은 엄격했을 거예요.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기록하고 감독하는 체계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석공은 그 위계의 틈을 정확히 노립니다.
왕과 대신들은 다리를 건널 때 고개를 들고 정면만 봤겠죠. 체통을 지키느라, 난간 아래를 굽어보는 자세 자체가 어색했을 겁니다. 이 혀는, 그런 시선의 사각지대에만 보이게 숨겨져 있어요. 난간에 바짝 붙어서 허리를 굽히고 내려다보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게요.
이 작은 돌 혀는 한때 제자리를 잃었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근정전 앞마당의 돌들이 뜯겨 나갔다가 되돌아온 것처럼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영제교를 건너며 사진을 찍지만, 발밑의 이 장난을 그냥 지나치곤 하죠.
그래도 녀석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물길을 내려다보며 혀를 내밀고 있어요. 무거운 권위가 꽉 조여 있던 현장 한복판에, 누군가가 끝까지 남겨둔 아주 작은 웃음. 고개를 숙여야만 만날 수 있는 농담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