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겨울 바람이 매섭게 불 때 경복궁에 가면, 나무로 지어진 이 넓고 서늘한 전각들 안에서 옛사람들은 어떻게 버텼을까 싶어요. 온돌은 따뜻한 아랫목의 이미지지만, 그 따뜻함을 만들려면 시뻘건 불길과 연기, 그을음이 먼저 따라오거든요.
그런데 여긴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입니다. 하늘과 땅이 만나 평화를 이룬다는 뜻을 가진, 궁궐의 가장 깊숙한 공간이죠. 그런 곳의 창살 바로 곁에 시커먼 연기를 뿜는 굴뚝을 세워둘 수는 없었어요. 무엇보다 화재는 치명적이었습니다. 큰 불을 겪고 다시 지어 올린 목조 궁궐에서, 불똥 하나가 재앙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건축가들은 공간을 ‘속이는’ 쪽을 택합니다. 서쪽의 경회루 연못을 파내며 나온 흙을 교태전 뒤로 옮겨 차곡차곡 쌓아, 계단식 인공 언덕을 만들어요. 아미산이라 부르는 곳이죠.
그리고 아궁이의 연기가 빠져나가는 길, 즉 고래를 땅속 깊이 길게 뻗어 이 언덕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위험하고 지저분한 배기 시스템을, 왕비의 생활 반경에서 최대한 멀리 떼어내 땅속에 묻어버린 거예요. 근정전의 박석이 빛과 비를 조용히 처리했듯, 여기서는 연기와 불이 그렇게 처리됩니다.
그렇게 땅 밑을 한참 기어가던 연기가 마침내 밖으로 빠져나오는 곳에, 육각형 붉은 벽돌 기둥 네 개가 서 있습니다. 아미산 굴뚝이에요. 보물로도 지정된, 아주 유명한 굴뚝이죠.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정원에 놓인 세련된 조각품이나 석탑처럼 보입니다. 누구도 이게 매연을 뿜어내는 배기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죠. 가장 현실적인 생존의 도구를, 정원 한가운데 예술로 위장해 놓은 셈이에요.
가까이 다가가서 붉은 벽돌 표면을 들여다보면 더 재밌습니다. 소나무, 학, 사슴 같은 십장생은 무병장수를 빌고, 박쥐 무늬는 다복을 뜻해요. 매화와 국화 같은 상징도 새겨져 있죠. 그런데 그 우아한 상징들 사이로 해태도 숨어 있습니다. 불을 막는다고 여겨진 상상의 동물이요. 아름다운 무늬들이 결국은, 저 반대편에서 타오르는 불을 다스리려는 일종의 ‘부적’처럼 보이기도 해요.
가장 감탄하게 되는 건 꼭대기입니다. 굴뚝이 구멍만 뻥 뚫려 있으면 비가 들이치고, 그 물이 그을음과 섞여 벽돌을 상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굴뚝 위에 작은 기와지붕을 씌워 비를 흘려보냅니다.
그 지붕 위에는 연꽃 봉우리 모양의 연가가 얹혀 있어요. 연가에 뚫린 여러 작은 구멍들이 연기를 부드럽게 흩어지게 만듭니다. 바람이 거셀 때도 연기가 되도록 한쪽으로 몰아치거나 역류하지 않게 하려는, 꽤 세심한 설계였겠죠.
아미산 정원을 보고 있으면, 고요함 아래에 다른 풍경이 겹쳐 보입니다. 살을 에듯 추운 겨울밤, 재를 뒤집어쓴 채 아궁이에 장작을 밀어 넣었을 사람들의 숨소리요. 하지만 왕비가 바라보는 땅 위에는 단정함만 남습니다. 맹렬했던 아랫목의 화기마저도, 이 벽돌과 기와와 연꽃 봉우리를 지나오면 조용히 정돈된 연기처럼 피어오르게 만들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