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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안아낸 궁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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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선 대신 자연의 지형에 기대어 지어진 창덕궁은 조선의 왕들이 가장 오래 머물렀으며 비교적 최근까지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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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에 들어서면 다른 궁궐과는 조금 다른 기분을 느끼실 거예요. 경복궁이 평지 위에 반듯하게 선을 그어 만든 공간이라면, 창덕궁은 원래 있던 산과 언덕의 생김새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품어 안았거든요. 건물들이 자연의 흐름에 가만히 기대어 있는 셈이죠. 그래서 이곳의 길은 반듯한 일직선이 아니라 굽이굽이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사실 조선의 왕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물며 나라를 다스린 진짜 무대는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궁궐들이 모두 불타버린 뒤 가장 먼저 다시 지어졌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이곳은 그저 먼 옛날의 유적이 아닙니다. 불과 1989년까지, 조선 왕실의 마지막 후손들이 이 궁궐 안 낙선재에 실제로 머물렀거든요. 비교적 최근까지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던 공간인 거죠.

여기서는 자연이 권위에 맞춰 꺾이기도 하고, 권위가 자연 앞에서 한 발 물러서기도 합니다. 어떤 전각에선 색 하나가 나라 살림을 흔들고, 또 어떤 마당에선 근대의 편의가 조용히 침입해요.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낙선재의 나무 기둥들 사이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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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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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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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평지에 그은 반듯한 직선이라면, 창덕궁은 굽어진 산세를 따라 청기와와 유리창, 왕조의 영광과 몰락을 켜켜이 얹어낸 생생한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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