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나무를 피해서 지은 궁궐

반응하는건축생태디자인
4

기존의 나무와 지형을 그대로 두고 건물을 배치한 방식은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대신 자연과 공존하며 작은 생태계를 보존하는 ‘듣는 건축’의 지혜를 보여준다.

스크립트

창덕궁 들어가면요. 나무가 이상한 데 있어요.

인정전 옆에 600년 넘은 회화나무 있잖아요. 건물 바로 옆이에요. 선원전 쪽 가면 느티나무가 건물이랑 거의 붙어 있고요.

경복궁 가보면 완전 다르거든요. 거기는 넓은 마당에 자갈 깔려 있고, 나무는 멀리 떨어져 있어요. 평평하고 정돈돼 있죠.

창덕궁은 그게 아니에요. 나무 먼저 있었고, 건물이 나무 피해서 들어간 거예요.

조선시대 설계할 때요. 땅 평평하게 밀지 않았어요. 이미 자라고 있던 나무들 그대로 두고, 그 사이사이에 건물 배치했죠.

그래서 창덕궁 돌아다니면 바닥 높이가 계속 바뀌어요. 계단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잖아요. 원래 땅 경사 그대로 따라간 거거든요.

물도 마찬가지예요.

부용지 가면 연못 있고, 물이 아래로 흘러 내려가요. 애련지 쪽으로요. 계곡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게 만들어놨어요.

인공 연못인데, 물 흐름은 원래 지형 따라가요. 아래로, 아래로 흘러요.

이게 중요한 건요. 이렇게 하면 작은 생태계가 생겨요.

큰 나무 밑에는 그늘 생기죠. 그 그늘에서 다른 식물들 자라고요. 물 흐르는 데는 습한 곳 좋아하는 이끼나 양치식물 생기고요.

건물 지으면서 생태계 보존한 거예요. 밀어내지 않고요.

이걸 '듣는 건축'이라고 보면 돼요. 땅이 어떤지, 나무가 어디 있는지, 물이 어떻게 흐르는지 먼저 보고, 거기 맞춰서 짓는 거죠.

반대는 '지우는 건축'이에요. 땅 평평하게 밀고, 나무 다 베고, 물길 새로 파고. 경복궁이 그렇게 지어졌어요. 왕권 과시하려고 넓고 반듯하게 만든 거거든요.

창덕궁은 정치적으로 덜 중요한 별궁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자연 지형 살릴 수 있었던 거죠.

이 패턴 다른 데서도 볼 수 있어요.

산에 있는 절 가보세요. 범어사나 해인사 같은 데요. 거기도 건물이 계단식으로 올라가 있잖아요. 산 경사 따라서요. 나무들도 건물 사이사이에 그대로 있고요.

북촌 한옥마을도 그래요. 집들이 높낮이 다 달라요. 골목이 구불구불하고요. 원래 언덕 지형 그대로 따라간 거예요.

반대 예는 강남 아파트 단지죠. 거기는 땅 싹 밀고 평평하게 만들어서 건물 올렸잖아요.

그래서 건물이 땅 말 듣는지 아닌지 보려면요. 세 가지만 체크하면 돼요.

첫째, 큰 나무 있어요? 건물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나무요. 있으면 보존한 거예요.

둘째, 바닥 높이 바뀌어요? 계단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요? 그럼 원래 지형 따라간 거고요.

셋째, 물 어디로 흘러요?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요? 그럼 물길 살린 거예요.

이 세 가지 다 있으면 '듣는 건축'이에요. 하나도 없으면 '지우는 건축'이고요.

창덕궁에서 이거 한번 봐보세요. 인정전 옆 회화나무, 부용지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바닥 높이.

다 이유가 있어요. 원래 있던 걸 지우지 않고, 거기 맞춰서 지은 거예요.

그리고 다음에 다른 곳 갈 때도 보세요. 나무, 경사, 물. 이 세 가지로 그 건물이 땅 말 듣는지 안 듣는지 알 수 있어요.

다음 스토리

장소 둘러보기

Locked
창덕궁
Locked
서울

창덕궁

Upgrade to unlock this place

조선 왕실의 일상과 산세를 살린 후원 정원을 함께 볼 수 있는 고요한 궁궐

🏛️유적지Upgrade
전체 가이드 보기

No story sel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