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역 8번 출구로 걸어 나오면, 화장품 매장들이 번쩍이고 길거리 간식이 줄을 서요. 유행은 빠르고, 간판은 더 빠릅니다.
그런데 이 숨 가쁜 미로 한가운데에,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식당이 하나 있어요. 지금 명동이 상징하는 모든 것과 정반대에 있는 곳, 바로 명동교자예요.
이 식당은 60년대 중반에 문을 열었고, 70년대 말에는 이름을 ‘명동교자’로 바꿉니다. 너무 유명해져서 비슷한 간판이 전국에 쏟아졌거든요. 동네 이름과 흔한 단어는 막기 어렵잖아요. 살아남기 위해 이름부터 바꾼 거죠.
여기 칼국수는 우리가 떠올리는 맑은 멸치국물과는 좀 달라요. 진하고 불투명한 닭 육수를 쓰고, 얇은 교자를 얹어 줍니다. 맛은 묵직하고 짭짤해요.
하지만 진짜 별종은 국수가 아니라 김치예요.
명동교자의 김치는, 솔직히 말하면 거의 생화학 무기 같습니다. 갓 버무린 겉절이인데 생마늘을 사정없이 찧어 넣고, 독한 고춧가루를 쏟아부었거든요. 한 입 넣는 순간 목구멍 뒤쪽이 따끔하게 타들어 가요. 그리고 그 날은, 입 냄새를 어느 정도 포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마늘 김치를, 명동 한복판의 사람들이 기꺼이 먹어요. 수십만 원을 들여 피부와 향기를 완벽하게 꾸민 젊은 커플들, 백화점 쇼핑백을 든 관광객들이, 조금 낡고 정신없는 이 식당으로 들어와 어깨를 맞대고 땀을 흘립니다. 입에서는 마늘이 폭발하고요.
앞에서 명동의 ‘가장 비싼 흙’ 얘길 했죠. 명동교자는 그 흙값을 맛이 아니라 시간으로 이깁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가 다가와요. 주문을 하고, 음식이 오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결제부터 합니다. 선불이죠. 계산대 앞에서 줄 서고, 일행끼리 나눠 계산하고, 거스름돈 기다리는 시간을 통째로 잘라낸 겁니다.
국수는 금방 나옵니다. 면발이 부드러워서 씹는다기보다 후루룩 들어가고, 국물은 짜고 김치는 매워서 먹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빨라져요. 오래 앉아 수다 떨 분위기가 아닙니다. 먹고, 땀 흘리고, 빨리 일어나는 게 일종의 암묵적인 규칙이죠.
면이나 국물이 모자라면 손을 들면 됩니다. 더 주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고들 하죠. 재료비는 조금 더 들더라도, 손님 만족도를 올리고 ‘불평할 틈’을 줄이는 쪽이 이 동네에서는 더 이득이니까요.
코로나 때 명동이 텅 비었을 때도, 이 식당은 결국 살아남았습니다. 화려한 매장들이 문을 닫던 거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그 진한 국물과 마늘 김치를 먹으러 일부러 찾아왔어요. 유행을 따라가지 않았고, 덜 매운 버전으로 타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닭을 끓이고, 마늘을 찧고, 선불을 받았죠.
식사를 마치고 일어설 때 직원이 건네주는 게 하나 있습니다. 페퍼민트 향이 나는 껌 한 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