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권리금 마피아를 지우고 늙어가는 노점상에게만 허락된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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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화려한 길거리 간식 마차들은 구청의 가혹한 실명제 팻말에 묶여, 주인이 아파도 남에게 자리를 넘길 수 없이 천천히 몸을 갈아 넣으며 서서히 사라지도록 설계된 생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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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명동 한복판에 서 있다고 상상해 봐요. 네온사인 아래로 연기가 올라오고, 달콤한 간식이 손에 들리고, 사람들은 끝없이 밀려옵니다. 얼핏 보면 아주 자유롭고 혼란스러운 야시장 같죠.

그런데 이 풍경, 사실은 정교하게 짜인 세트장에 가깝습니다. 아까 봤던 ‘가장 비싼 좌표’가 땅 위의 권력이라면, 여기서는 그 좌표가 ‘허가증’으로 잘게 쪼개져 배분돼요.

비밀은 마차 정면에 매달린 손바닥만 한 플라스틱 팻말에 있습니다. ‘노점 실명제’ 명찰이죠. 이 명찰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알려면, 2016년쯤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 전까지 명동의 노점은 무법지대에 가까웠습니다. 좋은 자리를 조직적으로 선점한 사람들이 마차를 돌리고, 절박한 사람들에게 하루치 자릿세를 받고 빌려주는 식이었죠. 코너 자리 하나를 두고 권리금이 오가기도 했고요. 한 달에 수천만 원씩 임대료를 내는 상가 주인들 입장에선, 세금도 안 내고 가게 앞을 막아서는 마차들이 얼마나 눈엣가시였겠어요.

결국 구청이 칼을 빼들었습니다. 노점을 제도 안으로 들이는 대신, 조건을 아주 독하게 걸었죠. 명찰에 얼굴이 박힌 바로 그 사람만 마차 앞에 설 수 있게 만든 겁니다. 허가증은 원칙적으로 남에게 넘기거나 빌려주기 어렵고, 대리 운영도 거의 막혀 있어요.

그래서 지금 명동 거리에서는 기묘한 불균형이 생깁니다. 마차 위에서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이 밀어 올린 트렌디한 메뉴가 팔려요. 크루아상 붕어빵, 오레오 츄로스 같은 것들. 그런데 그걸 가장 바쁘게 만들어내는 손은, 종종 60대, 70대의 손입니다. 젊은 사람이 돈을 내고 새로 들어올 길이 사실상 좁아졌으니까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인은 직접 나와야 합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하루쯤 알바생에게 맡길 수도 없어요. 단속반이 매일 얼굴과 명찰을 대조하거든요. 걸리면 경고, 누적되면 퇴출. 그러니 언젠가 주인이 더는 무거운 마차를 끌고 나오지 못하는 날이 오면, 그 마차는 그 자리에서 끝입니다. 이 생태계는, 아주 천천히 사라지도록 설계돼 있어요.

통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거리에 마차가 빼곡해 보여도, 항상 다 나오는 게 아니에요. 소방도로와 보행 흐름 때문에 인원을 나눠 교대 운영을 하거든요. 어떤 날은 나오고, 어떤 날은 쉬는 식으로요.

매일 오후가 되면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마차들이 나타나서, 지정된 자리로 정확히 들어갑니다. 천막을 마음대로 넓힐 수도 없고, 정해진 시간 전에는 장사를 시작하기도 어렵죠. ‘그냥 장사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규칙 위에 얹힌 장면입니다.

심지어 가격도 마음대로만은 못 합니다. 코로나 이후 한때 가격이 급등하면서 ‘바가지’ 논란이 터졌고, 구청의 압박이 거세졌어요. 그 뒤로는 상인들 내부에서도 가격표를 붙이고 상한선을 맞추는 쪽으로 강하게 자정이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관광객을 보고 슬쩍 가격을 바꾸는 건, 단속보다 먼저 동네 안에서 걸리는 일이 됐죠. 카드나 QR 결제도 흔해졌고요. 누가, 어디서, 얼마를 받는지 기록이 남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다음에 명동에서 탕후루 꼬치를 하나 산다면, 마차 앞의 명찰을 한 번만 유심히 보세요. 당신이 서 있는 곳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축제의 장이 아닙니다. 좌표가 허가증으로 쪼개지고, 그 허가증의 시간이 사람의 몸과 함께 닳아가는, 아주 견고하고 폐쇄적인 작은 세계예요. 그리고 그 마차 뒤에는, 욱신거리는 무릎을 달래가며 오늘 자기 몫의 자리를 지켜내는 주인이 서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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