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리듬은 기술이다

몸의기억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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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반복된 동작이 만들어낸 끊김 없는 손놀림의 리듬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며 품질을 유지하는 숙련된 기술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스크립트

광장시장 가면 좀 일찍 가보세요. 아침 8시쯤. 빈대떡 아줌마들 준비하는 거 보면 재밌어요.

물 받아놓고, 녹두 불리고, 맷돌에 갈고, 불 켜고. 손이 계속 움직이거든요. 근데 그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아요. 딱 일정해요.

처음에는 그냥 익숙해서 그런가 했어요. 오래 해서. 근데 자세히 보면 다른 거예요.

녹두 물에 담가놨다가 맷돌에 가는데요. 물 양이 딱 맞아요. 너무 많으면 흐물흐물하고, 적으면 뻑뻑하잖아요. 근데 따로 재지도 않아요. 그냥 손으로 확 붓는데 맞거든요.

반죽 떠서 기름 두른 판에 올리고, 펴고, 뒤집고.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언제 뒤집어야 타지 않고 바삭하게 나오는지. 시간 재는 것도 아니고, 색 보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손이 알아요.

이게 리듬이에요.

30년 40년 매일 같은 동작 반복하면요. 녹두 불리는 시간, 물 비율, 갈아야 하는 굵기, 기름 온도, 뒤집는 타이밍. 이런 결정들이 수십 개 있거든요. 근데 이게 다 몸에 배여서 하나의 흐름으로 나와요.

그래서 손놀림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누가 오래 했는지.

신입이랑 비교해보면 확실해요. 신입은요. 한 동작 끝나고 다음 동작 시작하기 전에 잠깐 멈춰요. '다음 뭐 하지' 생각하는 거예요.

베테랑은 안 끊겨요. 반죽 펴는 동작 끝나기도 전에 벌써 다음 팬 쪽으로 손이 가있어요. 흐름이 계속 이어지거든요.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요. 이 리듬 자체가 기술이에요.

빈대떡은 타이밍 싸움이거든요. 녹두 갈고 바로 부쳐야 색이 예뻐요. 시간 지나면 산화돼서 회색으로 변해요. 반죽 온도도 중요하고, 기름 온도도 중요하고. 다 맞춰야 바삭하게 나와요.

그래서 여러 개를 동시에 돌려야 해요. 이 판은 반죽 펴고, 저 판은 뒤집고, 그 판은 건지고. 한꺼번에요.

신입은 이게 안 돼요. 한 번에 하나씩 해요. 그럼 느려지고, 녹두 변색되고, 장사가 안 돼요.

리듬이 있으면 달라요.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니까 여러 판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요. 머리로 생각 안 해도 되거든요.

광장시장 빈대떡집 몇 군데 가보세요. 손만 보면 돼요.

손이 계속 움직이는데 리듬이 일정한 곳. 거기 가세요. 거기가 맛있어요.

이거 다른 데서도 볼 수 있어요.

통인시장 떡볶이 아줌마도 그래요. 떡 넣고, 어묵 넣고, 소스 붓고, 섞고. 손이 계속 도는데 속도가 일정해요. 멈춤이 없어요.

남대문 칼국수집도 마찬가지예요. 반죽 밀고, 썰고, 삶고. 리듬 타는 집이 면발이 고르거든요.

심지어 편의점 알바도 그래요. 신입이랑 베테랑 차이가 손에서 나와요. 신입은 계산하고, 봉투 찾고, 담고. 다 따로따로예요. 베테랑은 계산하면서 벌써 봉투 빼놨어요. 리듬이 있으니까요.

결국 숙련이 뭐냐면요. 수십 개 결정을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하는 거예요. 그래야 빨라지고, 정확해지고, 여러 개를 동시에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카운터 보세요. 식당이든, 가게든, 시장이든.

손만 보면 알아요. 누가 오래 했는지, 누가 잘하는지. 리듬 있는 데가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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