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속촌 들어가면요. 지붕 보면 뭔가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지붕이 엄청 가파르거든요. 그리고 지붕 위에 줄이 쫙 깔려 있어요. 그물망처럼요. 돌담도 그래요. 가까이 가면 틈이 다 보여요. 돌하고 돌 사이에 빈 공간이요.
이게 다 바람 때문이에요.
초가지붕이 날아가는 방식이 있거든요. 바람이 지붕에 부딪히면 억지로 넘어가려고 해요. 그때 지붕이 평평하면 바람이 지붕을 들어올리려고 해요. 아래서 위로 밀어올리는 거예요. 그러면 이엉이 뜯겨 나가요.
그래서 제주 초가는 지붕을 경사지게 만들어요. 각도가 45도 가까이 돼요. 이렇게 하면 바람이 지붕을 밀어올리는 게 아니라 지붕을 타고 넘어가요. 그리고 지붕 위에 새끼줄을 촘촘하게 묶어요. 이엉 단을 하나하나 다 눌러서 고정하는 거예요. 바람이 틈을 못 찾게요.
이게 초가집이에요. 그물코 같은 줄이 지붕 전체를 감싸고 있는 형태요.
돌담은 다른 방식이에요. 돌담은 막는 게 아니라 바람을 통과시켜요. 제주 현무암을 그냥 쌓거든요. 시멘트 안 써요. 돌하고 돌을 맞물려서 쌓는데, 일부러 틈을 남겨둬요. 바람이 돌담에 부딪히면 벽을 넘어가는 게 아니라 틈으로 빠져나가요. 압력이 분산되는 거예요. 그러면 담이 안 무너져요.
이게 중요한 건요. 제주 건축은 바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거예요. 프라이버시나 영역 표시보다 바람이 우선이에요. 지붕 형태 정할 때, 담 쌓을 때, 바람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먼저 계산해요.
그래서 이걸로 바람 우선 건축을 읽을 수 있어요. 지붕 각도 보면 돼요. 급경사면 바람이 센 곳이에요. 지붕 위에 줄이나 그물 같은 게 보이면 상승풍을 막으려는 거예요. 돌담 보고 틈이 많으면 바람을 통과시키려는 거고요.
제주 해안가 가면 이 패턴이 더 확실해져요. 바닷가 가까운 집일수록 지붕 경사가 더 급하고 줄이 더 촘촘해요. 바람이 더 세니까요. 산간 지역 가면 조금 완만해지고요.
본토 초가는 다르거든요. 지붕이 훨씬 완만해요. 경사가 30도 정도예요. 줄도 안 묶어요. 바람보다 빗물이 중요하니까요. 비만 잘 흘러내리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붕 형태는 날씨를 읽는 방법이에요. 급경사에 줄 묶인 지붕 보면 바람 우선이고, 완만하고 처마 긴 지붕 보면 비 우선이에요. 건축 형태가 기후를 알려주는 거예요.
제주민속촌에서 이것만 보고 나와도 돼요. 나중에 제주 어디 가든지 지붕하고 돌담 보면 바람을 읽을 수 있어요. 이 동네가 얼마나 바람이 센지,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부는지요. 건축이 다 알려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