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여성 노동이 만든 공간

성별화된공간일과삶의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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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쪽 마당이 해녀의 작업 공간으로, 산 쪽 마당이 생활 공간으로 나뉘는 구조는 반복되는 여성의 노동 리듬이 어떻게 집의 형태를 결정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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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속촌 돌아다니다 보면요. 집마다 안마당이 두 개예요. 바다 쪽 마당이랑 산 쪽 마당. 근데 똑같지 않거든요. 바다 쪽엔 건조대 있고 그물 걸려있고 항아리 여러 개 놓여있어요. 산 쪽은 비어있거나 텃밭이에요.

처음엔 그냥 공간 나눠 쓰나보다 했는데요. 아니더라고요. 해녀 일 리듬이 만든 구조예요.

해녀들 물질 사이클이 있어요. 새벽에 나가서 오전 중에 돌아오거든요. 물 밖에 나오면 바로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어요. 젖은 옷 말려야 하고, 물옷 빨아야 하고, 잡은 거 바로 처리해야 하고. 미역이나 전복은 빨리 안 처리하면 상해요.

그래서 바다 쪽 마당이 작업장이 된 거예요. 물에서 올라와서 집까지 젖은 채로 걸어오잖아요. 바다에서 제일 가까운 쪽에 일 처리하는 공간 다 모아놓는 게 당연하죠. 건조대도, 손질하는 자리도, 거래하러 오는 사람들 만나는 곳도 전부 바다 쪽이에요.

이게 알려주는 건요. 제주 전통 가옥이 여성 노동으로 조직됐다는 거예요. 남자들 밭일은 계절 따라 움직이지만, 해녀 일은 매일 같은 리듬으로 돌아가거든요. 물때 맞춰 나갔다 들어오고, 돌아오면 똑같은 처리 과정 반복하고. 그 일일 사이클이 집 구조를 만든 거죠.

그래서 마을 전체를 보면 패턴이 보여요. 바다 쪽 마당엔 작업 흔적이 있고, 반대쪽은 비교적 비어있어요. 어느 쪽이 일하는 공간인지 보면 바다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집 방향만 봐도 노동 동선이 읽혀요.

제주민속촌은 이게 좀 약하게 보이긴 해요. 박물관이니까 재현한 거라서요. 진짜 해안 마을 가면 더 명확해요. 하도리나 김녕 같은 데 가보면 지금도 바다 쪽 마당에 물질 도구 쌓여있거든요. 테왁이랑 망사리 말리는 거, 빨래줄에 잠수복 걸린 거 보면 어느 집이 현역 해녀 집인지 바로 알아요.

반대로 내륙 마을은 다르거든요. 성읍민속마을 같은 데 가면 마당 구조가 안 그래요. 농사 중심이면 창고 위치랑 밭 접근성이 중요하니까 마당 쓰임새가 달라져요. 바다 보이는 쪽이 작업장인 건 해녀 마을만 그런 거예요.

이 패턴 알고 나면요. 제주 해안 마을 걸을 때 마당만 봐도 읽히는 게 많아져요. 어느 집이 어떤 일 했는지, 그 일이 얼마나 집 구조에 영향 줬는지. 건조대 방향, 항아리 배치, 대문 위치까지 전부 노동 리듬이 만든 거거든요. 공간이 일을 따라 만들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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