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고요한 산을 지키는 덜컹이는 모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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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예민한 토양을 보호하기 위해, 탐방객이 남긴 쓰레기와 라면 국물까지 산 아래로 실어 나르는 작은 철제 카트의 숨은 수고를 들려줍니다.

스크립트

한라산 성판악 코스를 오르다 보면, 해발 1,200미터쯤에서 아주 묘한 소리가 들려요. 산새 소리나 바람 소리가 아니에요. 마치 잔디깎이 기계가 계단을 오르는 것 같은, 낮고 둔탁한 쇳소리죠. 무성한 제주 조릿대 사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산암 위에 볼트로 고정된 네모난 철제 레일이 하나 보일 거예요. 그리고 그 위로, 낡고 노란 철제 카트 하나가 시속 3, 4킬로미터의 아주 느린 속도로 덜컹거리며 기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작은 카트가 없으면, 한라산의 고지대는 ‘사람이 남긴 것들’의 무게를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라면 국물 얘기를 해볼게요. 해발 1,500미터에 있는 진달래밭 대피소. 시간 제한 때문에 많은 등산객이 그곳에서 잠깐 멈춰 앉아 컵라면을 먹습니다. 빈 용기는 대부분 배낭에 넣어 내려가요. 문제는 국물이죠. 예전에는 남은 국물을 풀숲에 버리는 일이 반복됐고, 성수기엔 그 양이 꽤 컸다고 합니다.

국립공원 쪽에서 음식물 전용 수거통을 대피소에 설치한 건, 그걸 더는 산에 남겨둘 수 없어서였어요. 사람들이 남은 국물을 붓고 나면, 오후에 직원들이 무거운 통을 노란 모노레일 카트에 싣고 산을 내려갑니다. 그 덜컹거리는 쇳소리는, 누군가의 점심을 치우는 소리이기도 한 거죠.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하면, 이 산의 흙은 얕고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짠 국물이 반복해서 스며들면 토양의 성분이 달라지고, 뿌리가 상하는 식물들이 생깁니다. 영실에서 보던 그 은빛 구상나무 기둥들처럼, 고지대는 한 번 균형이 깨지면 회복이 쉽지 않아요.

이 모노레일은 원래 제주 귤밭에서 짐을 나르던 장치를 응용한 겁니다. 덕분에 헬기 없이도 산 위아래로 무거운 것들을 옮길 수 있어요. 내려오는 건 라면 국물만이 아닙니다. 물을 거의 쓰지 않는 고지대 화장실에 필요한 톱밥, 압축된 쓰레기 같은 것들이 이 길을 타고 움직여요. 올라가는 것도 있어요. 탐방로에 까는 목재 데크와 야자 매트, 고정용 자재들. 사람들이 수없이 지나는 길이 진흙탕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들이죠.

사람들은 도시의 콘크리트를 피해 깨끗한 암벽과 짙은 안개, 고요함을 찾아 한라산에 옵니다. 그런데 그 고요함을 유지하려면, 산 한구석에서 작고 시끄러운 엔진이 계속 돌아가야 해요. 조릿대에 가려 바닥에 낮게 깔린 그 좁은 철길은, 이 산이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운영의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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