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디저트 카페 사이에서 주차 경광봉을 흔들며 버티는 24시간 불백집

기사식당감나무집택시주차장동네의변화

연남동이 홍대를 벗어난 택시 기사들의 고요한 휴식처이던 시절부터 흙바닥 주차장을 지켜온 감나무집은, 동네가 공원으로 바뀌고 핫플이 된 지금도 은쟁반과 빠른 회전율로 굳건히 살아남았습니다.

스크립트

연남동 경의선 숲길의 반듯한 잔디밭을 걷다 보면, 이 동네가 참 아기자기하고 걷기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길 아래에, 예전의 연남동 시간을 한번 겹쳐서 올려보면요.

지금의 공원이 생기기 전, 이 자리는 기차가 지나다니던 선로였고, 동네는 그 옆에서 조용히 돌아가던 곳이었습니다. 철길 건너편의 홍대가 밤마다 들썩일수록, 이쪽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고, 늦은 시간에도 차를 세워 두기 쉬운 구간들이 있었죠.

그 리듬을 가장 잘 쓰던 사람들이 택시 기사님들이었어요. 복잡한 홍대를 살짝만 벗어나면, 연남동은 잠깐 숨 돌리기 좋은 베이스캠프가 됩니다. 큰 도로 쪽에는 차를 대기 좋은 폭이 있고,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골목이 가늘게 갈라지죠. 교대 시간에 맞춰 잠깐 눈 붙일 방을 찾기에도, 다시 큰길로 빠져나가 손님을 태우기에도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동네였던 겁니다.

이렇게 차가 모이는 곳엔 당연히 기사식당이 생겨납니다. 기사식당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넓고 평평한 ‘주차장’을 같이 가진 식당이고요. 그 중심에 연남동의 제왕, 감나무집이 있었습니다.

수제 도넛이나 내추럴 와인 같은 단어가 이 동네에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감나무집은 24시간 내내 돼지불백을 팔았어요. 택시 기사에게 시간은 곧 돈이잖아요. 흙바닥 주차장에 차를 대면, 주차 요원이 여러 대를 한꺼번에 빠르게 돌려 세웁니다. 식당에 들어가 앉기가 무섭게 은쟁반 위에 달짝지근한 돼지불고기와 밥, 국, 반찬이 한가득 나오고요. 주문부터 식사가 나오는 데까지 정말 금방이죠.

그리고 2010년대 중반, 선로가 사라지고 그 위가 공원이 되면서 사람들의 동선이 바뀌었습니다. 걸어서 넘어오는 사람이 늘었고, 연남동은 더 이상 ‘잠깐 머무는 동네’가 아니라 ‘목적지’가 됐어요.

그때 보통은 넓은 야외 주차장부터 사라지는데, 감나무집은 오히려 그걸 끝까지 붙잡았습니다. 그 주차장 자체가 다른 가게들이 가질 수 없는 완충지대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 내부를 조금 손보고 손님이 늘어도, 찌그러진 은쟁반, 빠르게 나오는 고기, 24시간 영업이라는 본질은 크게 흔들지 않았고요. 한때 방송에 스치듯 등장하면서 호기심 많은 손님이 몰린 적도 있었지만, 결국 이곳을 지키는 건 그 ‘리듬’이었습니다.

지금 동교로 43길 교차로 근처에 서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한쪽에서는 20대들이 노출 콘크리트 벽에 기대서서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어요. 그런데 불과 열 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형광 조끼를 입은 주차 요원이 붉은 경광봉을 흔들면서 택시를 향해 소리를 치고 있죠. 뒤로 삼 센티만 더 가라고요. 그 사이로 달달한 마늘 냄새와 고기 굽는 연기가 훅 끼쳐 옵니다.

다음 스토리

장소 둘러보기

Locked
연남동
Locked
서울

연남동

Upgrade to unlock this place

시끄러운 철길이 푸른 산책로로 덮이자, 남의 집 낡은 철문을 열고 반지하와 옥상을 오르내리게 된 거대한 붉은 벽돌의 미로.

🏘️동네Upgrade
전체 가이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