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벽돌을 부수기 위해 천장을 잭으로 떠받치고 밀어 넣은 육중한 H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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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래머블한 노출 철골과 거친 에폭시 바닥은 감성을 위해 연출된 것이 아니라, 1990년대 다세대 주택의 내력벽을 트고 바닥 보일러를 뜯는 비용을 아끼려 중력과 타협한 생존의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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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카페에 들어가서 꽤 비싼 아인슈패너를 주문해요. 자리를 잡으려다 보면 의자가 시멘트 블록이고, 벽은 빨간 벽돌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천장에는 두꺼운 철골이 뼈대처럼 지나가죠. 사람들은 이걸 브루클린이나 베를린에서 수입해 온 인더스트리얼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의도적인 선택이라고요.

하지만 사실 이건 디자인이 아닙니다. 이 거친 미학은 구조와 비용, 그리고 규정 사이에서 어떻게든 공간을 살려낸 흔적이에요.

이 건물의 뼈대를 보면 이해가 빨라요. 연남동 골목에 많던 3, 4층짜리 붉은 벽돌 다세대 주택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규제가 느슨해진 틈에서 빠르게 지어진 집들이었죠. 철근 콘크리트 기둥을 촘촘히 세우는 대신, 벽돌벽 자체가 하중을 버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좁은 주방과 침실을 나누던 그 벽들이, 말 그대로 천장을 떠받치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 집을 카페로 바꾸려면 내부를 트고 테이블을 넣어야 하잖아요. 결국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벽돌벽이 버티는 건물에서 망치로 벽을 깨는 순간, 위층 바닥이 흔들릴 수 있어요. 바로 여기서 우리가 아는 ‘노출 철골’이 나옵니다. 공간을 트기 위해 건축가들은 천장을 잭으로 받치고, 잘라낸 자리로 육중한 철제 H빔을 밀어 넣어 하중을 대신하게 했죠. 바닥에 수직 기둥을 박아 가로보를 지탱하고요.

그런데 이걸 왜 굳이 숨기지 않을까요. 멋있어 보이려고? 그보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큽니다. 90년대 빌라는 천장 높이가 낮은 편이라, 철골을 가리려고 석고보드를 덧대면 공간이 갑자기 답답해져요. 그래서 녹슬지 않게 방청 도료나 무광 페인트만 칠하고, 볼트도 그대로 두는 겁니다. 인테리어의 탈을 쓴 중력과의 싸움이죠.

바닥과 천장도 비슷해요. 바닥이 늘 우둘투둘한 에폭시로 덮여 있고, 천장은 흉터투성이 콘크리트에 분필 선이나 숫자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죠. 이건 ‘공장 느낌’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덜 깎아내고도 상업 공간 기준을 맞추기 위한 타협에 가깝습니다. 집에는 콘크리트 속에 온돌 배관이 깔려 있는데, 카페로 바꾸면서 그걸 걷어내면 바닥은 울퉁불퉁해져요. 먼지 날리며 매끈하게 갈아내기엔 비용도 크고 민원도 부담이고요. 그래서 상처 난 바닥 위에 에폭시를 두껍게 붓는 게 빠르고 싸죠. 우연히 그게 ‘거칠고 시크한’ 표정이 되어버린 거고요.

연남동에서 더 흥미로운 건 반지하와 계단입니다. 골목을 걷다 보면 빵을 주문하러 반 층을 내려갔다가, 자리에 앉으려고 다시 외부 철제 계단으로 반 층을 올라가는 구조를 자주 보게 돼요. 예전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가 상업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생긴 어색한 동선이죠. 당시 제도에는 대피시설을 두도록 한 규정들이 있었고, 또 실제 현장에서는 반지하가 면적 산정이나 층수 해석에서 ‘애매하게’ 잡히는 구간이 생기곤 했어요. 그 애매함을 이용하면, 법적으로는 지하에 가까운데 사람 눈에는 1층처럼 보이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창 아래 흙을 조금 걷어내 통유리를 달고, 계단을 반 칸만 만들어 ‘턱’을 만드는 것. 그 반쪽짜리 계단은, 그 공간이 기준선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는 표시처럼 남아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다 밀어버리고 새 건물을 올리지 않느냐는 질문이 남죠. 이유 중 하나는 주차입니다. 신축이나 큰 증축으로 분류되면 주차장 설치 기준이 확 올라가거나 적용 방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연남동의 작은 땅에서는 그걸 맞추려다 1층을 통째로 비우게 될 수도 있죠. 그래서 가능한 한 ‘신축’이 아니라 ‘고쳐 쓰는 쪽’으로 분류되도록, 외벽을 남기고 속을 수술하듯 바꾸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빨간 벽돌 껍데기를 남겨두는 게, 결국 1층 가게를 지키는 방법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건축가들은 역방향 박제를 합니다. 안을 파내 철골로 버티게 한 다음, 겉벽에 커다란 네모 구멍을 내 통유리를 끼워 넣어요. 집의 좁은 실내 계단으로는 상업용 피난 기준을 맞추기 어려우니, 비상구처럼 생긴 얇은 철제 계단을 바깥에 덧붙이고요. 옥상도 가끔은 그대로예요. 촌스러운 초록색 우레탄 방수층을 벗기면 비가 새고, 새로 하자니 돈이 드니까요. 그 위에 캠핑 의자 몇 개만 펼쳐두고 루프탑이 됩니다.

연남동 카페의 옆면을 가만히 올려다보면, 그 건물이 겪어온 외상의 역사가 그대로 읽혀요. 원래 현관문이 있던 자리를 막아 색이 안 맞는 벽돌들. 발코니를 잘라내며 튀어나온 철골 뼈대. 뜯겨나간 배관의 흉터를 덮은 반짝이는 에폭시 바닥. 섬세하게 큐레이션 된 미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규정과 비용과 중력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고쳐 쓴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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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철길이 푸른 산책로로 덮이자, 남의 집 낡은 철문을 열고 반지하와 옥상을 오르내리게 된 거대한 붉은 벽돌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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