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지붕은 수리 기록이다

토착건축물질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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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 콘크리트, 함석 등 시기별로 다른 재료가 섞여 있는 지붕의 이음새는, 규제 없이 필요에 따라 수리해 온 서민들의 삶과 건물의 역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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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골목 걷다 보면 지붕이 이상해요. 기와 한쪽은 옛날 것 같은데 다른 쪽은 새거든요. 색깔도 다르고 모양도 달라요. 처음엔 그냥 "오래됐나보다" 하고 넘기는데요. 자세히 보면 이게 수리 기록이에요.

건물 지붕 보세요. 기와 이어진 부분요. 콘크리트 조각 끼워져 있거든요. 그 옆에는 나무 서까래 드러나 있고요. 왜 이렇게 재료가 섞여 있을까요? 간단해요. 수리할 때마다 그때 구할 수 있던 재료 쓴 거예요.

1970년대 수리했으면 시멘트 썼어요. 그때 제일 쉬웠거든요. 1990년대 손보면 또 다른 재료 올라가고요. 2010년대 들어서면 기와 다시 얹는데 색이 달라요. 요즘 거는 색이 균일하거든요. 옛날 거는 하나하나 다 다르고요.

지붕 끝 처마 보면 더 명확해요. 원래 처마 밑에 덧댄 처마 있어요. 빗물 더 받으려고 나중에 단 거예요. 여기도 연결 부분 보면 재료 바뀌는 게 보여요. 나무에서 철판으로, 철판에서 플라스틱으로요.

외벽도 마찬가지예요. 전기선 보세요. 벽 밖으로 덕트 붙어 있잖아요. 원래 설계엔 없던 거예요. 나중에 필요해서 추가한 거죠. 이것도 시기 읽을 수 있어요. 덕트 재질이랑 고정 방식 보면요. 옛날 건 철제에 철사로 묶었고요, 요즘 건 PVC에 앵커 박았어요.

이게 중요한 건요. 이 층들이 그 집 역사거든요. 1960년대 지은 집이다, 1980년대 증축했다, 2000년대 화장실 늘렸다 — 다 벽이랑 지붕에 적혀 있어요. 안 보이면 모르는데 보이면 읽혀요.

서촌이 특히 이게 잘 보이는 이유가 있어요. 북촌은 한옥 보존 지구잖아요. 거기는 수리해도 전통 방식으로 해야 돼요. 그래서 재료가 안 섞여요. 서촌은 그런 규제 약했거든요. 사람들 필요한 대로 고쳤어요. 그래서 재료가 솔직하게 쌓인 거예요.

골목 한 바퀴 도세요. 지붕 이음새 보고, 처마 덧댄 부분 보고, 외벽 덧붙인 거 보고요. 재료 바뀌는 지점마다 수리 한 번씩이에요. 몇 번 수리됐는지 세면 대략 나이 나와요.

익선동 가도 보여요. 거기도 한옥 밀집 지역인데 개조 많이 했거든요. 카페 만들면서 창문 키우고 출입구 옮기고요. 그 흔적 다 남아 있어요. 벽에 막은 문 자국, 새로 뚫은 창문 테두리요. 재료 보면 언제 바뀐 건지 읽혀요.

을지로도 마찬가지예요. 인쇄소 건물들요. 1층은 시멘트 블록인데 2층은 슬레이트 얹고 3층은 샌드위치 패널 올린 집 많아요. 층마다 시대 다른 거죠. 1970년대 짓고 1990년대 증축하고 2000년대 또 올린 거예요.

정리하면 이거예요. 건물 재료 이어진 부분 보세요. 색 다르고 질감 다른 부분요. 거기가 수리 지점이에요. 기와에서 시멘트로, 나무에서 철판으로, 철판에서 플라스틱으로요. 재료 바뀌는 순서 따라가면 그 집 연대기가 읽혀요.

다음에 서촌 가면 지붕 한번 보세요. 처음엔 지저분해 보이는데요. 자세히 보면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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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서쪽, 좁은 골목과 낮은 처마 사이로 1시간이면 도예 작업실과 작은 밥집이 섞인 동네를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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