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시장에 가면 다들 바닥에 깔린 물건들이나 빽빽한 간판만 봐요. 그런데 고개를 조금만 들어보면, 사람들 머리 위로 아주 기묘한 풍경이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어요. 은쟁반 위에 찌개 뚝배기와 반찬 그릇을 3층, 4층, 때로는 그 이상까지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은빛 탑들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거든요. 그 아래를 자세히 보면 예순, 일흔이 넘은 배달 아주머니들이 있습니다. 두 손은 쟁반을 잡지도 않은 채, 양옆으로 편안하게 내리고 걷고 있죠.
이 곡예 같은 배달은 남대문의 잔인한 1평짜리 매대 경제학 때문에 생겨났어요. 수건, 카메라 렌즈, 아동복을 파는 상인들에게 그 한 칸은 목숨과도 같거든요. 점심을 먹겠다고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손님은 빈 의자를 보고 옆 가게로 가버립니다. 밤마다 전국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거래가 돌아가도, 낮의 매대는 여전히 “자리 비우면 끝”이에요. 그래서 밥이 사람에게 가는 게 아니라, 밥이 매대로 와야만 합니다.
오전 11시쯤, 갈치조림 골목 어딘가의 창문 없는 주방들이 바빠져요. 아주머니들은 한 번에 여러 가게의 백반을 층층이 쌓아야 하니까, 주방에서는 펄펄 끓는 찌개 뚝배기 위에 공업용 랩을 팽팽하게 씌워 국물이 거의 새지 않게 만듭니다.
낡은 수건을 단단히 말아 만든 똬리 위로 무거운 쟁반 탑이 올라가고, 아주머니들이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작동해요. 사람들은 큰 소리로 길을 비키지 않아도, 어느 순간 자동으로 어깨를 접고 옆으로 비켜섭니다. 아주머니들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보면 묘한 리듬이 있어요. 발바닥 전체로 바닥을 쓱쓱 밀어내듯 걷는데, 울퉁불퉁한 길의 충격이 위로 전달되지 않게 몸이 알아서 흡수하는 거죠.
도착한 매대에는 식탁 같은 건 없습니다. 아주머니는 계산대 아래 아주 좁은 틈이나 엎어 놓은 빈 종이 상자 위에 쟁반을 밀어 넣어요. 상인들은 손님 눈을 피해서 쭈그려 앉아 몇 숟갈을 급히 넘기고, 발소리가 가까워지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다시 장사를 합니다. 옷가지 더미 사이로 마늘 냄새와 짭조름한 생선 냄새가 은근하게 배어드는 이유죠.
사실 배달보다 더 힘든 건 몇 시간 뒤에 빈 그릇을 수거할 때예요. 랩도 없이 기름지고 미끄덩거리는 그릇들을 그대로 얹고 돌아와야 하거든요. 200개가 넘는 빽빽한 매대 중 아침에 자기가 밥을 준 곳이 어딘지, 오직 기억력 하나만으로 찾아갑니다. 돈은 그 자리에서 주고받지 않아요. 기름때 묻은 낡은 수첩에 바를 정 자를 그어두고, 한 달에 한 번씩 정산하죠. 몇십 년 같은 시장 먼지를 마셔온 사람들끼리의 신뢰입니다.
요즘은 배달 앱 기사들도 남대문에 음식을 가져오긴 해요. 하지만 두꺼운 보온 백을 멘 채로는 골목 안쪽 매대까지 파고들기가 어렵고, 결국 바깥쪽에 두고 가기 일쑤죠. 이곳에서 대체되지 않는 건 ‘배달’이 아니라, 매대의 동선과 시간, 그리고 수첩 한 권으로 이어지는 신용입니다.
시끌벅적한 흥정 소리 사이로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익숙하게 길을 터주고, 은쟁반 탑을 머리에 인 아주머니는 유연하게 골목을 꺾어 산더미처럼 쌓인 양말 무더기 뒤편으로 조용히 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