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대 정상에 거의 다다르면, 나무들이 어느새 싹 사라지고,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위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경사가 확 꺾이는 마지막 구간에서 기묘한 풍경이 펼쳐져요. 이 수직에 가까운 바위벽에, 말 그대로 교통체증이 생기는 겁니다.
세대가 뒤섞인 등산객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조금씩 위로 기어 올라가요. 등반용 로프도, 전문 장비도 없이요. 이들이 이 절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하나, 바로 쇠줄입니다.
잠시 멈춰서 우리가 꽉 쥐고 있는 이 인공물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이 쇠줄은 친절한 손잡이가 아니라, 자연 위에 거칠게 덧씌워진 산업 공학의 결과물이에요. 엘리베이터나 현수교에나 쓰일 법한 두꺼운 쇠와이어에 고무 호스를 씌워 놓았고, 수많은 손과 장갑이 스쳐 지나가서 이제는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습니다.
이 줄을 고정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래된 화강암에 깊은 구멍을 뚫고, 철제 기둥을 박아 넣은 뒤, 얼고 녹는 날씨에도 버티도록 강한 접착제로 굳혀야 했어요. 덕분에 누구나 백운대에 오를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바위의 맨얼굴은 되돌릴 수 없이 바뀌었습니다. 한때는 고도의 균형 감각과 담력을 가진 전문 산악인들의 영역이던 곳이, 대중을 위한 가파른 공중 계단이 된 거죠.
더 흥미로운 건, 이 거대한 인공물이 이제 스스로의 필요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수도권 한가운데 솟은 이 바위를 매년 수백만 명이 밟고 지나가면서, 표면은 사람의 통행과 마모로 점점 더 매끈해졌어요.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미끌미끌’ 구간이라고 부르죠. 원래 바위가 갖고 있던 마찰이 닳아버리니, 쇠줄은 더 필수품이 됩니다. 내일 당장 이 쇠줄을 뽑아버리면 사고가 끊이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이제 이 인프라 없이는 같은 방식으로 이 벽을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단지 밧줄 하나의 문제가 아니에요. 바위 위에서 체중을 쇠줄에 싣고 거센 바람을 맞고 있으면, 잠깐은 대단한 정복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죠. 하지만 손안에 잡히는 건 차가운 고무와 철의 감촉입니다. 북한산의 마지막 20분은, 자연에 기대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박아 넣은 것에 매달리는 시간이기도 해요. 이 쇠줄은 우리를 정상으로 올려주고, 동시에 우리가 그곳에 기대어야만 하는 산을 만들어버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