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N타워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은 유리창 너머의 풍경이지만, 북한산 백운대 정상(836m)에 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입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내가 사는 도시 서울을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직접 마주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가파른 화강암 계단을 오르고 밧줄을 잡고 바위를 기어오르는 3~4시간의 등산 끝에, 발밑으로 서울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한강이 어느 지점에서 꺾이는지, 내가 매일 지하철로 오가던 동네가 이 거대한 지형 위 어디쯤에 놓여있는지 비로소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도시는 더 이상 추상적인 지도가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로 다가옵니다.
정상 바위에 앉아 서울을 내려다보며 먹는 컵라면 한 그릇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경험입니다. 북한산 등반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사는 땅을 새로운 눈으로 읽게 되는 특별한 의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