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한옥의 진짜 쓰임새

도시읽기현대의토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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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추가된 실외기, 철제 계단, 여러 개의 초인종 같은 현대적 설비는 전통 한옥이 주거용인지 상업용인지 그 진짜 쓰임새를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스크립트

북촌 한옥마을 걷다 보면요. 지붕은 똑같은데 벽에 붙은 게 다 달라요.

어떤 집은 깔끔한데, 어떤 집은 실외기가 벽에 붙어 있고요. 철제 외부 계단이 추가로 달려 있거나, 현관에 초인종이 여러 개 달려 있어요. 간판은 없어도 작은 조명이 외벽에 붙어 있거든요.

이게 그냥 집주인 취향이 아니에요. 한옥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주는 신호예요.

먼저 실외기부터 볼게요. 전통 한옥에는 냉난방 설비가 없었으니까 원래 실외기가 없어야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로 바뀌면 객실마다 또는 층마다 독립 냉난방이 필요해요. 그래서 외벽에 실외기가 여러 개 붙어요.

철제 계단도 마찬가지예요. 한옥은 보통 단층이거든요. 그런데 상업 공간으로 쓰려면 면적이 더 필요해요. 그래서 다락을 객실이나 사무실로 만들어요. 그럼 외부에서 바로 올라가는 동선이 필요하거든요. 내부 계단만으로는 부족해요. 손님들이 자주 드나들고, 짐도 많으니까요.

초인종이 여러 개 달려 있으면요. 그 집이 여러 유닛으로 나뉘어 있다는 뜻이에요. 게스트하우스는 객실마다 독립된 출입구가 있거든요. 주택이면 초인종 하나면 되는데, 단기 숙소로 쓰면 각 방마다 따로 관리해야 하니까 여러 개가 필요해요. 우편함도 마찬가지고요.

조명도 보세요. 일반 주택은 현관등 하나면 돼요. 그런데 상업 공간은 밤에도 손님이 찾아와야 하니까 외벽 조명이 필요하거든요. 간판을 못 달아도 조명으로 표시하는 거예요.

이 신호들이 중요한 건요. 그 집의 사용 패턴을 예측할 수 있거든요.

실외기 많고 외부 계단 있으면요. 출입이 잦아요. 게스트하우스니까 체크인 체크아웃이 매일 있고요. 택배나 배달도 자주 오고요. 주민들 입장에서는 소음이나 통행량이 달라지는 거예요.

초인종 여러 개 달린 집은요. 저녁이나 주말에 사람 드나드는 게 많아요. 단기 숙소니까요. 일반 주택보다 훨씬 빈번하게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나고요.

그래서 북촌에서 이런 신호들 보면요. 그 골목이 주거 중심인지 관광 중심인지 읽을 수 있어요.

실외기 없고 깔끔한 집들만 있는 골목은요. 아직 주거 기능이 강해요. 주민들이 실제로 살고 있거든요.

반대로 실외기 여러 개, 철제 계단, 조명 많은 골목은요. 이미 상업화가 많이 진행된 거예요. 게스트하우스나 카페가 밀집해 있고요.

이 패턴은 북촌만이 아니에요. 익선동, 서촌, 부산 감천마을에서도 똑같이 적용돼요.

한옥이나 전통 가옥이 있는 동네 가면요. 벽 좀 보세요. 실외기 개수, 계단 유무, 초인종 개수 확인하면요. 그 집이 주택인지 숙소인지, 그 골목이 주거지인지 관광지인지 바로 읽혀요.

하드웨어가 용도를 알려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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