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의 큰 온천탕에 처음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몸으로 느끼게 되는 건 사실 물보다 공기예요. 보통 대규모 실내 온천이나 수영장에 가면 문을 여는 순간 무거운 습기가 숨을 턱 막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펄펄 끓는 온천수 옆에 앉아 숨을 깊게 들이마셔도, 공기가 놀랍도록 쾌적하고 서늘합니다. 머리 위로 기둥 하나 없이 거대한 유리 돔이 덮고 있는데도요.
이 공간이 그냥 “큰 천장”이었다면, 아마 재난이 났을 겁니다. 뜨거운 물에서 오른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 차가운 유리에 닿는 순간 식어버리고, 그게 실내비처럼 사람들 맨몸 위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겠죠. 안개는 자욱하고, 숨은 막히고, 미끄럽고 축축한 온실이 됩니다.
그래서 이 돔은 장식이 아니라, 환기 장치로 설계됐어요. 꼭대기를 아주 높게 띄워 두고, 그 위에 자동 환기창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바닥 쪽에는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 길을 만들어 두죠. 뜨겁고 가벼워진 수증기가 위로 치솟아 빠져나가려는 굴뚝 효과가 생기고, 그 힘이 아래의 신선한 공기를 빨아 올립니다. 뜨거운 김이 사람들 얼굴 높이에 머물 틈이 없이, 위로 쓸려 올라가요. 그래서 탕 옆에 앉아도 숨이 ‘답답한 공기’가 아니라, 의외로 맑은 공기로 들어오는 겁니다.
그렇다고 유리에 물방울이 안 맺히는 건 아니잖아요. 여기엔 또 한 번의 계산이 들어갑니다. 유리를 여러 겹으로 만들어 안쪽 면의 온도가 너무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고, 돔을 받치는 철골 구조 안에는 보이지 않는 배수 길을 숨겨 둡니다. 맺힌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유리면을 타고 미끄러져, 철골 속으로 조용히 흘러내려 빠져나가게 만든 거죠. 겉으로는 우아한 뼈대인데, 속으로는 배관이기도 한 셈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머리 위를 가리는 수건 없이도, 돔 너머의 하늘빛을 그대로 올려다볼 수 있어요. 기둥이 없으니 시야도 시원하게 열리고요. 수천 명이 한 공간에 있어도, 이곳은 숨이 막히는 대신 “숨 쉬는” 느낌을 줍니다.
가만히 탕에 몸을 담그고 천장을 올려다보세요. 상쾌하게 들이마시는 그 한 번의 숨 뒤에, 유리와 철골과 공기의 흐름이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지—그때부터 이 공간이 좀 다르게 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