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다이브

통건물 카페가 들어서며 뚝 끊겨버린 리어카와 오토바이의 컨베이어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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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가죽 미싱 작업장과 1층의 밑창 작업장을 5분 거리 골목으로 이어주던 성수동 수제화의 핏줄은, 임대료 폭등으로 2층 장인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며 돌이킬 수 없이 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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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성수동은 동네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컨베이어 벨트였어요. 구두 한 켤레를 커다란 건물 하나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연무장길 주변의 수많은 골목과 건물들이 공정을 나눠 맡고 아주 촘촘하게 연결돼 있었죠.

구두가 만들어지려면 크게 두 작업이 필요합니다. 먼저 ‘갑피’. 가죽을 자르고 꿰매서 신발의 윗부분을 만드는 일이에요. 미싱을 돌리고 손으로 마감해야 해서, 작업장은 보통 채광이 되는 2층, 3층 같은 위쪽에 자리 잡곤 했습니다. 그렇게 꿰매고 구멍을 뚫으면, 바닥이 없는 흐물흐물한 가죽 양말 같은 게 나와요.

그다음은 ‘저부’. 나무 틀에 가죽을 씌우고, 밑창을 붙이고, 굽을 다는 단계죠. 기계가 무겁고 진동이 심하고, 접착제 냄새도 강해서 주로 1층이나 지하 같은 아래쪽에서 이뤄졌고요.

여기서 성수동 구두 산업의 핵심이 등장합니다. 위층의 갑피와 아래층의 저부, 서로 다른 이 작업장을 이어주던 건 동네 골목길이었어요.

매일같이 아저씨들이 리어카를 끌거나 오토바이로 반쪽짜리 구두들을 실어 나르며 이 골목에서 저 골목으로 움직였죠. 수제화는 한 켤레에서 남는 돈이 크지 않은 구조라서, 이 이동이 느려지거나 돈이 들면 바로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갑피와 저부는 ‘차로’ 연결되면 늦어요. 걸어서, 많아야 5분에서 10분 안에 붙어 있어야 했습니다. 그 거리가 벌어지는 순간, 생태계가 끊어지는 거죠.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건물이 통째로 거래되기 시작합니다. 카페나 쇼룸이 1층만 쓰는 게 아니라, 건물을 통으로 사서 구조를 뜯고 루프탑까지 새로 만들어요. 그러면 2층의 갑피 작업장이 먼저 사라집니다. 오른 월세를 감당할 방법이 없거든요.

여기서 선택지는 잔인하게 좁아요. 미싱을 싣고 외곽으로 옮기면 어떨까요. 그러는 순간, 아까 말한 골목 컨베이어가 끊어져 버립니다. 외곽에서 성수동 지하까지 매일 리어카를 끌고 올 순 없고, 트럭을 쓰는 순간 물류비가 공정을 갉아먹죠. 그래서 쫓겨난 갑피 장인은 다른 곳에서 ‘계속’하기보다, 미싱을 정리하고 일을 접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그리고 한 달 뒤, 골목 끝 지하실의 저부 작업장도 조용히 흔들려요. 매일 올라오던 가죽이 끊겼으니까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임대료의 문제가 아니라, 거리를 핏줄처럼 이어주던 정밀한 물류망을 툭 끊어버리는 방식이라는 게 여기서 드러납니다. 1편에서 말한 ‘벽돌을 남기는 규칙’이 역설적으로 이 골목 물류엔 아무 도움도 못 줬다는 것도요.

몇 년 전부터 지자체가 수제화 명맥을 보존하겠다며 장인 작업을 ‘보여주는’ 공간을 만든 적도 있어요. 유리 너머로 구경하는 형태였죠. 동네 전체가 공장이던 시절엔 필요 없던 장면입니다.

지금 연무장길을 걸으면 ‘성수 수제화 거리’라는 글자가 여전히 서 있어요. 줄을 서서 들어간 예쁜 공간의 벽을 만져보면, 그 거칠고 차가운 벽돌은 진짜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벽돌 사이를 오가며 구두를 완성하던 골목의 리듬은, 어느 날부터 조용히 멈춰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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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하이엔드 팝업 스토어의 대기 줄 바로 옆에서, 30년 된 철공소가 여전히 불꽃을 튀기며 쇳덩이를 잘라내는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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