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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화물 열차가 지나가던 부드러운 곡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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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거리가 곧지 않고 끝없이 휘어져 걷기 좋은 이유는, 과거 무연탄을 싣고 당인리 발전소로 향하던 무거운 화물 열차의 회전 반경이 남긴 궤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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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어울마당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길이 곧게 뻗지 않고, 끝없이 부드럽게 휘어져 있거든요. 저 모퉁이 너머에 뭐가 있을지 계속 가려지죠. 그런데 이 곡선은 ‘분위기’가 아니라, 아주 거대하고 무거운 기계가 남긴 흔적입니다.

시간을 거의 백 년 전으로 되돌려 볼게요. 1920~30년대, 한강 쪽에 세워진 당인리 발전소는 서울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무연탄을 삼켰어요. 석탄을 더 빠르고 많이 옮기려고, 당시 철도망에서 발전소 쪽으로 이어지는 화물선이 놓입니다.

여기에 이 거리의 형태를 결정지은 물리적인 비밀이 숨어 있어요. 수십 톤을 끄는 화물 열차는 도심 교차로처럼 90도로 꺾을 수가 없잖아요. 넓고 완만한 회전 반경이 필요했죠. 그래서 선로는 서교동을 가로지르며, 커다랗고 부드러운 호를 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대가 ‘놀러 오는 동네’가 되기 훨씬 전, 이곳은 기찻길이 지나가던 자리였어요. 미대생들이 싼 술을 마시던 시절에도, 문 앞으론 화물 열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갔겠죠. 술잔이 미세하게 떨릴 만큼.

그러다 1980년대 초, 도시가 바뀌면서 그 노선은 사라집니다. 선로는 뜯겨나가고, 도심 한가운데 길게 휘어진 빈 부지만 남았어요.

문제는 이 땅이 애매했다는 거예요. 폭이 그리 넓지 않은 데다 크게 휘어져 있어서, 시원한 대로를 내기에도 애매했고요. 한동안은 주차장처럼 쓰이기도 했죠. 그런데 차가 쌩쌩 달리기엔 애매했던 그 조건이, 역설적으로 사람에게는 완벽했어요. 걷다가 멈추고, 다시 걷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풍경이 바뀌니까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집니다. 사람은 직선보다 곡선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되거든요.

더 결정적인 건, 선로가 땅을 비스듬히 잘라놓았다는 점이에요. 선로 양옆으로 자투리땅이 수백 개 생겼습니다. 삼각형, 쐐기 모양, 삐뚤어진 다각형 같은 이상한 필지들요. 이런 땅엔 번듯한 대형 건물을 올리기 어렵죠. 결국 작고 독특한 건물들이 들어섰고,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주머니 가벼운 예술가들과 별난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건, 그 다음 일이었고요.

1990년대 중반, 그 삐뚤빼뚤한 지하 공간들은 한국 인디 음악의 인큐베이터가 됐어요. 좁은 지하실에서 펑크 록이 울렸고, 공연을 마친 사람들은 차가 다니기 애매한 이 휘어진 길 위로 올라와 시간을 보냈죠.

버스커들도 금방 깨달았을 거예요. 옛 선로의 폭이, 어쿠스틱 기타 하나 들고 사람들과 둥글게 모여서기 딱 좋다는 걸요. 길을 완전히 막지도 않으면서, 묘하게 친밀한 원이 만들어지는 너비. 그 ‘완벽한 너비’가 지금은 노란 선과 예약 시스템으로 쪼개져 관리되는 단위가 됐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홍대의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는, 결국 우연한 산업 공학의 결과물이에요. 사람들이 이 휘어진 길을 따라 정처 없이 걸을 때, 우리는 백 년 전 석탄을 실어 나르던 무거운 쇳덩어리가 그렸던 궤적을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죠. 기차가 떠난 그 곡선 위에서, 비로소 살아 있는 거리가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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