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을지로에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와 쇳가루 냄새가 당연한 풍경이에요. 예전부터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고 하던 동네거든요. 오랜 내공을 가진 기술자들과 낡은 철물점, 인쇄소가 미로 같은 골목마다 빽빽하게 모여 있죠.
요즘 사람들은 이 투박하고 거친 골목 사이로 기꺼이 찾아옵니다. 간판 하나 없는 건물, 어두컴컴한 콘크리트 계단을 굳이 걸어 올라가요. 굳게 닫힌 녹슨 철문을 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나타나거든요. 모터 기름 냄새가 밴 건물 안에 근사한 조명의 와인바나 단정한 카페가 아무렇지 않게 숨어 있는 식이에요.
해가 지고 수십 년 된 인쇄소들의 셔터가 내려가면, 좁은 골목을 따라 플라스틱 테이블이 끝없이 깔려요. 연탄불에 노가리 굽는 냄새와 시원한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우면서, 비로소 이 동네의 진짜 밤이 시작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