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굴 안 계단 같은 거 보셨어요? 벽에 평평한 선이 여러 개 그어진 것처럼 보이는 거요. 관람로 따라 걷다 보면 벽 양쪽으로 쭉 이어져 있거든요.
그게 실은 타임라인이에요. 용암이 언제, 어떻게 흘렀는지 기록해둔 거예요.
원리는 간단해요. 용암이 동굴을 가득 채우고 흐르다가요. 표면부터 식기 시작해요. 바깥 공기 닿으니까요. 그럼 벽 쪽이 먼저 굳어요. 근데 안쪽은 아직 뜨거워서 계속 흘러요. 그래서 수위가 낮아져요.
낮아진 그 지점에서 또 벽이 굳어요. 한 단 내려간 자리에서요. 이게 반복되는 거예요. 용암이 빠져나갈 때마다 수위선을 남기는 거죠. 댐 수위 보는 거랑 비슷해요. 물 빠진 자리마다 선이 남잖아요.
그래서 벤치—그 계단 같은 선들—세어보면 알 수 있어요. 몇 번 흘렀는지요. 선이 고르게 간격 넓으면 천천히 빠진 거고요. 선 사이가 좁으면 빠르게 빠진 거예요.
만장굴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벽 보면 선이 세 개 네 개 선명해요. 저기가 초반 분출이 멈춘 자리예요. 더 안쪽 가면 선이 더 좁게 붙어 있어요. 마지막 배수 단계요.
용암 색깔도 다르거든요. 어떤 층은 검고 어떤 층은 회색 섞여 있어요. 그게 온도 차이예요. 뜨거울수록 검게 굳고요. 식으면서 나온 건 회색이에요. 벤치 보면서 색 같이 보면 더 정확해요.
이게 중요한 건요. 이 읽는 법이 다른 용암동굴에서도 똑같이 쓰인다는 거예요. 제주 비짜림굴 가도 벤치 있어요. 북제주 김녕굴도요. 벽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몇 번 흘렀고 어느 단계가 길었는지요.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가도 마찬가지예요. 써스턴 용암동굴—거기도 벤치 선명해요. 벽 따라 쭉 이어져 있고요. 세계 어디 용암동굴 가든 벤치 보면 그 동굴 역사 읽을 수 있어요.
처음엔 그냥 벽에 금 간 줄 알았는데요. 이게 실은 분출 기록부예요. 벤치 하나가 한 단계고요. 간격이 스토리고요. 색이 온도예요.
다음에 만장굴 가시면 벤치 한번 세어보세요. 입구부터 안쪽까지 몇 개 있는지요. 그게 이 동굴이 만들어진 타임라인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