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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의 흔적을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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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밑돌의 재질, 대들보의 색, 철물의 유무와 같은 미세한 차이는 각기 다른 시대의 복원 기술과 철학이 어떻게 건물에 층층이 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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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정전 기둥 보면요. 다 똑같아 보이는데 밑돌이 달라요. 어떤 건 검은 화강암이고 어떤 건 좀 더 연한 색이거든요. 대들보도 그래요. 색깔이랑 나무결이 칸마다 조금씩 다르죠.

이게 복원의 흔적이에요.

종묘는 임진왜란 때 불타고 재건됐고 또 일제강점기·한국전쟁 거치면서 여러 번 손봤거든요. 그때마다 재료가 달랐어요. 구할 수 있는 나무가 달랐고, 쓰는 기법이 달랐고, 철물 종류가 달랐죠.

그 차이가 남아 있어요.

기둥 밑돌부터 볼까요. 조선 초기 것들은 화강암인데 표면이 자연스럽게 거칠어요. 손으로 다듬은 자국이 보이죠. 근대 복원 때 쓴 돌은 기계로 잘라서 면이 평평해요. 색도 달라요. 오래된 돌은 이끼 자국이랑 풍화로 표면이 얼룩덜룩한데, 새 돌은 깨끗하거든요.

대들보 보세요. 색이 진한 건 오래된 목재예요. 수백 년 동안 그을려서 표면이 거의 검은색이죠. 밝은 갈색 나무는 20세기 복원 때 넣은 거예요. 아직 때가 안 탔으니까요.

나무 결도 단서예요. 조선시대 목재는 금강송 같은 토종 소나무라 결이 촘촘하고 단단해요. 근현대 복원 때는 수입목이나 다른 수종을 섞어 썼는데, 결 간격이 넓거나 패턴이 달라요. 가까이 가서 보면 구별돼요.

못하고 철물도 다르거든요. 원래는 나무못이랑 끼움 방식으로 이었어요. 철못을 최소한만 썼죠. 근대 보수 때는 철못을 많이 박았어요. 기둥 이음 부분 보면 철못 머리가 툭 튀어나온 데가 있어요. 그게 20세기 손본 자리예요.

나무 패치 자국도 보여요. 썩은 부분이나 금 간 데를 파내고 새 나무를 끼워 넣은 거예요. 색깔이 달라서 금방 알 수 있어요. 이런 패치가 많은 기둥은 전란 후에 재사용한 목재일 가능성이 커요. 완전히 못 쓰게 된 건 아니니까 일부만 고쳐서 다시 썼던 거죠.

이 자잘한 차이를 비교하면요. 종묘가 어떻게 여러 단계를 거쳐왔는지 읽혀요.

예를 들어 정전 동쪽 끝 칸들 보면요. 기둥 밑돌 색깔이 중앙부하고 달라요. 여기는 나중에 확장한 부분이거든요. 증축할 때 구한 돌이 다른 산지였던 거죠.

영녕전 가면 더 명확해요. 임진왜란 후 재건이라 목재 연대가 비교적 균일한데, 일부 기둥은 색이 훨씬 밝아요. 한국전쟁 후 보수 때 교체한 거예요.

이게 알려주는 건요. 복원이 단순히 '옛날 모습으로 되돌리기'가 아니라는 거예요. 각 시대마다 할 수 있는 걸로 최선을 다해 이어온 거거든요. 구할 수 있는 재료 쓰고, 그때 기술로 고쳤어요. 그 흔적이 다 쌓여서 지금 건물이 된 거죠.

그래서 종묘는 조선시대 건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임진왜란·일제강점기·한국전쟁을 거친 20세기 건축물이기도 해요. 시간 여러 층이 겹쳐 있는 거예요.

이 방법은 다른 목조 문화재에도 써먹을 수 있어요.

창덕궁 인정전 가면 기둥마다 목재 색깔이 다 달라요. 복원 시기를 읽을 수 있죠. 해인사 장경판전도 그래요. 기둥 밑돌 교체 자국 보면 언제 손봤는지 보여요.

심지어 일반 한옥도 마찬가지예요. 북촌이나 서촌에서 오래된 집 보면요. 기둥 하나하나 재료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보수할 때마다 구한 나무 써서 그래요.

다음에 종묘 가면요. 기둥 밑돌 색깔 비교해보세요. 대들보 나무결 보고요. 철못 박힌 데 찾아보세요. 건물이 자기 이력서를 들고 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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