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에 가면 누구나 아는 물건이 하나 있어요. 작고, 까슬까슬하고, 눈이 시릴 만큼 형광빛이 도는 초록색 때수건. 우리는 이걸 이태리타월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막상 이탈리아에 가서 이 수건을 달라고 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평생 본 적도 없는 물건이거든요.
이 초록색 천 조각이 어떻게 한국 목욕 문화의 상징이 됐는지에 대해선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하나는, 1960년대 부산의 한 방직 공장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는 더 고급스러운 여름 셔츠 원단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래서 당시 ‘고급’의 이미지가 강하던 해외산 비스코스 레이온 실을 들여왔죠.
문제는 결과물이었습니다. 마른 상태에선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물에 닿으면 오그라들고 뻣뻣해졌어요. 덥고 습한 여름에 땀을 흘리면, 몸에 사포를 두른 것 같은 촉감이었겠죠. 옷감으로는 완전히 실패작. 창고에는 팔지도 못할 까칠한 천이 쌓여가고, 사업은 벼랑 끝으로 몰립니다.
그러다 어느 날, 스트레스를 달래러 대중목욕탕에 갔다가—손에 쥔 그 실패한 천으로 무심코 팔을 한 번 문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한국의 목욕 풍경이 확 바뀌는 발견이 일어나요. 젖은 천이 피부 위를 지나갈 때, 불려 있던 각질이 눈에 보이게 밀려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그는 망친 원단을 버리는 대신, 아예 이 천을 ‘때미는 도구’로 만들기로 합니다. 길쭉한 옷감 대신, 손에 끼우는 작은 주머니 형태로 재단해 팔기 시작했죠. 색깔도 일부러 쨍한 초록색으로 염색합니다. 젖은 천이 칙칙해 보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밀려 나오는 때가 선명하게 보였거든요. 사람들은 ‘지금 내 몸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묘한 쾌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이름은 ‘이태리타월’. 실제 원산지와는 별개로, 싸구려 목욕용품에 이국적인 이미지를 입히는 데 이만한 단어가 없었겠죠.
1960년대 중반 이후 이 수건은 빠르게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태리타월이 바꾼 건, 목욕 도구 하나만이 아니었어요. 혼자서는 밀기 어려운 등을 대신 밀어주는 사람들, 세신사라는 직업이 목욕탕 풍경 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지금도 세계 어디든 한국 마트에 가면 1, 2천 원에 그 초록색 수건을 살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어요. 실패한 원단이 우연히 쓸모를 찾았던 그날의 형태가, 생활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