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찰이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고요함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해동용궁사는 바다 바로 옆 절벽 위에 세워져 파도 소리를 품에 안고 있습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사찰이 자리한 ‘위치’가 어떻게 그 공간의 모든 경험을 바꾸어 놓는지 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산사의 고요함 대신 이곳에는 끊임없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 스님의 염불 소리가 뒤섞여 독특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시야는 점점 넓어지며 마침내 푸른 동해 바다를 마주하게 되고, 거친 파도와 해풍에 닳아버린 바위 위 불상은 자연의 시간이 새겨놓은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해동용궁사는 자연의 가장 역동적인 힘(바다)과 인간의 가장 고요한 염원(종교)이 만나 어떻게 경이로운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증명하는,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사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