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

호텔 주방장들이 퇴근하고 자기들끼리 먹으려고 튀겨내던 식빵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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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중심의 싼 중국집을 벗어나 낮은 온도의 콩기름으로 멘보샤를 튀겨내는 연남동 화교 식당들은, 유행하는 카페의 인테리어 대신 웍을 다루는 집요한 기술 하나만으로 골목을 점령했습니다.

Transcript

지금 연남동 동교로를 걷다 보면, 예쁜 디저트 카페와 줄 선 사람들부터 눈에 들어와요. 그런데 고개를 조금만 돌려 골목 안쪽을 향해 코를 킁킁거려 보세요. 아주 옅지만 끈질기게 배어 있는 냄새가 있습니다. 까맣게 볶아낸 참기름, 팔각, 그리고 아주 높은 온도에서 달궈진 콩기름 냄새. 힙스터들의 성지가 되기 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서울의 숨은 차이나타운이 내뿜는 숨결이에요.

연남동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중식의 내공을 쌓았는지 보려면, 1960년대 말로 잠깐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도심에 있던 화교 학교가 연희동 쪽으로 옮겨오면서, 커뮤니티도 그 주변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연희동의 높은 담장 저택들 아래쪽, 지대가 낮고 비교적 저렴했던 연남동 쪽에 더 많은 생활 기반이 자리 잡았고요.

당시 화교들은 일과 거주 선택지가 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식당이 곧 생계가 되고, 기술이 곧 신분이 됐죠. 연남동은 처음부터 ‘관광객을 위한 맛집 거리’였던 게 아니라, 호텔 주방에서 일하던 셰프들이 퇴근 후 모이던 동네에 가까웠어요. 도원이나 팔선 같은 곳에서 연회 요리를 끝내고 돌아온 사람들이, 동네의 작고 허름한 식당에 앉아 자기들끼리 먹을 음식을 시키던 겁니다. 배달 메뉴판에서 보기 힘든 고향 요리들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그걸 만드는 솜씨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겠죠. 손님이 손님을 평가하는 주방장들이니까요.

이 숨겨진 서열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요리가 하나 있습니다. 멘보샤예요.

식빵 사이에 다진 새우를 넣고 튀긴다. 말로는 간단하죠. 그런데 이건 불과 기름 앞에서 아주 까다로운 요리입니다. 온도가 높으면 빵이 먼저 타서 기름을 먹고 검게 변해버리고, 온도가 낮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안의 새우가 덜 익어요.

연남동의 대가들은 멘보샤를 튀길 때, 처음부터 끝까지 온도를 ‘두 번’ 다룹니다. 처음에는 아주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빵이 타지 않게 시간을 들여 속을 익히고요. 그다음 마지막에 불을 확 올려 짧은 시간에 겉을 바삭하게 세웁니다. 겉은 가볍게 부서지는데 속은 뜨겁고 촉촉하게 터지는, 그 대비가 여기서 만들어져요. 무엇보다 이 요리는 웍 앞을 오래 비울 수가 없습니다. 계속 굴리고 뒤집고, 기름을 달래야 하니까요.

그래서 오랫동안 멘보샤는 배달로는 성립하기 어려운 요리였습니다. 값싼 면 한 그릇을 빨리 많이 팔아야 버틸 수 있는 동네 중국집 구조에서, 한 접시에 그렇게 긴 시간을 쓰는 건 사치에 가까웠죠. 멘보샤는 특별한 날,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돌던 ‘메뉴판 밖’의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원이 생기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뛰었을 때, 이 동네의 오래된 식당들은 선택을 해야 했어요. 인테리어로 카페들과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들이 가진 가장 깊은 무기로 버틸 것인가. 어떤 원로들은 후자를 택합니다. 대사부 왕육성 셰프가 연남동에 진진을 열고, 짜장면과 짬뽕을 과감히 빼버린 결정이 그 상징이었죠. 배달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술이 필요한 연회 요리들, 그리고 멘보샤를 간판으로 내세웠어요.

그는 스쳐 지나가는 유행 대신, 남아 있을 사람들을 묶어둘 ‘해자’를 팠습니다. 가입비를 내면 평생 할인해 주는 회원제를 도입한 거예요. 이 작은 자물쇠 하나가 손님의 속도를 바꿉니다. 카페를 돌다 싼 국수 한 그릇 먹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웍 기술 자체를 보러 오는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하죠. 화려한 다이닝 룸 대신 형광등 아래에서 미쉐린 별을 받아낸 것도, 그 역설의 증거였고요.

지금 동교로 뒷골목을 걷다 보면 네온사인과 미니멀한 커피 바들이 먼저 보일 겁니다. 그런데 그 사이를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포효하는 버너 앞에서, 낮은 온도의 기름을 조용히 달래고 있는 손을 여전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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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Seoul turn quiet 1980s brick villas into hyper-modern retail spaces, then step around the corner for a plate of 1970s handmade dumpl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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