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동궁과 월지에 조명이 켜지면 신라의 궁궐은 두 개가 됩니다. 하나는 땅 위에 서 있고, 다른 하나는 물속에서 고요히 흔들립니다. 이곳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물에 비친 반영까지 건축의 일부로 설계한 신라 사람들의 천재성을 읽어내야 합니다.
신라인들은 일부러 연못의 깊이와 모양을 다르게 파고 가장자리를 곡선으로 만들어,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이 궁궐의 그림자를 춤추게 했습니다. 잔잔한 날에는 물 위와 아래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바람이 부는 날에는 기둥과 지붕선이 일렁이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환상적인 모습을 선사합니다.
한자리에 서서 10분만 연못을 바라보세요. 구름이 흐르고 바람이 불 때마다 물속 궁궐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동궁과 월지는 고정된 건축물이 아니라, 빛과 물, 바람이 함께 완성하는 살아있는 예술 작품입니다. 어느 것이 진짜 궁궐이냐고요? 이곳에서는 흔들리는 것까지 보아야 비로소 전체를 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