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타워가 120미터밖에 안 된다는 말은, 막상 와 보면 조금 의외예요. 구도심 한가운데서 스카이라인을 장악하는 건, 타워가 용두산 꼭대기에 서 있기 때문이죠. 산의 높이를 빌려 한 번 더 올라간 거예요.
그런데 이 정상에 발을 올리면, 묘한 위화감이 들어요. 너무 평평하거든요. 원래 산 꼭대기가 이렇게 매끈할 리가 없잖아요.
남포동 쪽에서 올라올 때 등산로 대신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게 되죠. 네온사인과 상가 사이로 산의 측면을 파고드는, 기계적인 통로요. 그걸 타고 올라오면 ‘산 위에 올라왔다’기보다, 잘려 나간 단면을 통과해 올라온 느낌이 남습니다.
용두산이라는 이름은 ‘용의 머리’라는 뜻이에요. 이 지형이 바다를 향해 엎드린 용처럼 보인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죠. 풍수지리로 보자면, 이곳은 끝에 닿은 기운이 바다와 만나는 자리—그러니까 머리 같은 자리였을 겁니다.
그 머리가 한 번 크게 손을 탔던 시기가 있어요. 일제강점기, 이 언덕 정상은 일본의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산을 깎고 다져 평평한 터를 만들고, 그 위에 신사가 들어섰죠. 사람들은 그곳에서 참배를 강요받았습니다. 지형을 바꾸는 공사가, 곧 권력을 박는 방식이었던 셈이에요.
해방 뒤 신사는 사라졌지만, 정상은 평평한 상처로 남습니다. 한국전쟁 때는 피난민들이 그 위에 판자촌을 올렸고, 큰 화재로 그마저도 잿더미가 되었다고 전해져요. 이름이 ‘용의 머리’인 산이, 여러 번 비워지고 그을린 채 도심 한가운데 남아 있었던 거죠.
1973년, 도시는 그 자리에 전망대를 올립니다. 그런데 이걸 단순한 타워 하나로만 보면 핵심을 놓쳐요. 이건 잘려 나간 산의 단면 위에 붙인 거대한 보철물에 가깝습니다. 49미터 남짓한 산의 밑동 위에 120미터의 콘크리트를 이어 붙여, 도시가 다시 ‘높이’를 갖게 만든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보다 감각이에요. 아래에서 올라오며 지나온 그 인공적인 통로, 평평한 정상, 그리고 그 위에 곧게 서 있는 기둥. 부산타워는 바다를 보기 위한 전망대이면서 동시에, 잘려 나간 지형을 ‘이만큼이라도 다시 세워두려는’ 의지로 보입니다.
지금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우리는 그 봉합선을 몸으로 지나가요. 소음이 멀어지고 바람이 먼저 닿는 순간, 이 언덕이 한 번도 자연 그대로였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같이 떠오릅니다.
